집 나옴 - 속닥
아는언니
- 아는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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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이고 내 위로 4살 오빠 있는데 오빠는 양극성 성격장애 + 자폐스펙트럼 있음 어렸을 때 특히 사춘기 때는 맞는 약 찾느라 제대로 치료(?)도 못 받아서 그때 오빠한테 많이 맞음 그래서 응급실 간 적도 세 번 있고 한 번은 나 ㄹㅇ 죽이겠다고 칼로 내 방문 다 뜯어놓은 적도 있고 안방으로 도망가서 엄마한테 안기니까 안방까지도 칼 들고 쫓아온 적 있음
지금은 약 먹고 성격 많이많이 좋아짐 일단 착해졌고 차분해짐
근데 자폐스펙트럼까지는 크게 어케 할 수가 없나봐 사회성이 좀 떨어지고 감각같은 게 남들보다 좀 더 예민하대 그래서 이불도 지금 20년째 쓰고 있는 거 아니면 못 덮고 음식도 못 먹는 거 많아서 가족끼리 외식하면 오빠 식성에 다 맞춤
그리고 좀 답답함 남들이랑 공생하는 걸 잘 못하는 것 같음
화장실 예의(볼일 보고나서 튀었으면 닦아놓는 거, 여기저기 물바다 되게 쓰지 않는 거)도 좀 모자라서 잔소리를 해도 잘 안 고쳐짐 그나마 오줌 좀 안 튀게 하는 건 한 번 내가 개ㅐㅐ지랄 떨어서 고쳐짐
설거지도 ㄹㅇ 잘 못함 한 번 시켰다가 후라이팬이랑 그릇에 기름기 아직 다 묻어있는 거 보고 엄마가 다시 알려주시는데 진짜 그냥 너무 답답함 설거지 이제 할 줄은 아는데 개오래 걸림
밤에 쾅쾅대면서 돌아다님 살살 걸으라고 해도 잘 안 고쳐짐 그래서 아랫층에서 새벽에 올라온 적도 있음 자꾸 쿵쿵 거리면서 걸어서 피곤하다 그러심 근데 ㄹㅇ 나도 깰 때도 있음
이런 사소한 거 다 알려줘도 잘 안 고쳐짐 사람이 그냥 배우는 것도 느리고 센스도 부족하고 다들 지키고 사는 걸 당연하게 생각 못해서 지켜야되는 규칙으로 외워서 행동으로 옮겨야하는 느낌임 근데 또 이제는 착해지기도 했고 자기가 잘못한 걸 알아서 고치려고 노력하고 사과도 해서 너무 뭐라고 하지도 못함
근데 우리 부모님에게는 오빠가 너무너무 아픈 손가락임 앞으로 오빠가 뭘 하고 먹고 살아야할지에 대해서도 늘 셋이서 고민하고 뭐든지 집에서는 오빠한테 맞춰줌
내가 파스타 먹고싶어서 오늘은 내가 요리사다! 하고 파스타 해주겠다고 하면 오빠가 파스타 안 먹어서 오빠는 다른 거 해달라고 하심… 그냥 나이만 나보다 4살 더 많지 사실상 정신연령은 초등학생 수준이라서 이쁜 늦둥이 대하듯이 대하심 그래서 친척집 가면 내가 오빠 많이 챙기는데 어른들이 항상 그거 보시고 내가 장녀같다고 하시는데 그게 난 딱히 좋게 들리진 않지맘 부모님은 자랑스러워하심;;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오빠한테 신경 많이 쓰시고 병원도 다니시고 오빠가 가출하면 찾으러 나가시고 문제 생기면 학교도 호출받아서 가시느라 혼자 알아서 해야하는 게 많았음 거기다가 오빠랑 나랑 집에 둘이만 남으면 오빠가 나를 괴롭히고 그 강도가 너무 심해서 부모님께서 결국 나 기숙학교로 유학 보내심 그래서 독립심도 강하고 문제 생기면 내가 알아서 해결하는데 그런 모습 때문에 부모님은 나는 그냥 뭘 해도 잘 하는 딸이라고 하시고 나는 걱정 없다고 하심
유학 보내주신 거 당연히 너무 감사하게 생각함 안 그랬으면 미국에서 살면서 여러 사람도 못 만났을 거고 좋은 학교도 못 나왔을 거임
근데 아직까지도 나는 어렸을 때의 서러움과 서운함이 많이 남아있음 오빠한테 일방적으로 괴롭힘 당했는데 아빠는 나한테 내가 반응해줘서 그런 거라고 그냥 반응 안 해주면 되지 않냐고 하셨고, 그게 불만이어서 엄마한테 말씀드리면 엄마도 그게 불합리한 건 알지만 지금 상황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지 않냐고만 하셨음
어쩌다가 엄마랑 아빠랑 셋이서만 외식했던 날이 있었는데 난 그 날이 너무 좋은 기억이었음 부모님께서 오빠 말고 나한테 뭐 먹고싶냐고 물어봐주신 게 처음이라서 그날 진짜 신났었어
위에 썼던 칼 들고 쫓아왔던 것도 부모님은 왜인지 기억을 못하심 나한테는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아있는데 부모님은 그냥 또 하나의 에피소드 정도로만 생각하셨었나봐
아직도 꿈에서 오빠한테 괴롭힘 당하던 날들이 나옴 근데 그게 나한테 악몽인 이유는 단순히 괴롭힘 때문이 아니라 내 편을 안 들어주고 오히려 내가 반응해서 그런 거다, 모른 척 좀 해라, 하면서 내탓인 것 마냥 말씀하시던 부모님 때문에 악몽임 그래서 그런 꿈 꾼 날에는 자다가 깨서 혼자 펑펑 울다가 다시 잠
며칠 전에 오빠가 설거지 해놓은 꼬라지 보고 대가리 뒤집어졌었음 기름기는 아직 다 묻어있지, 설거지 해놓고 바닥에랑 싱크대는 물바다 만들어놨지, 뭐 제대로 해놓은 게 없어서 오빠 방 찾아가서 다시 하라고 했더니 그거 보고 엄마께서 그냥 내가 좀 해주면 안 되냐고 하셨는데 그거 듣고 눈깔 뒤집힘
엄마가 맨날 오빠한테 강력하게 말을 안 하고 오냐오냐 하니까 이런 거 잘 안 고쳐지는 거 아니냐, 저번에 화장실 사건도 내가 소리지르고 ㅈㄹㅈㄹ했더니 고쳐진 거 보면 모르겠냐, 이 집은 나는 뭐 오빠 뒤치닥꺼리 해주거나 오빠보다 못대해줘도 되는 존재인 거냐 부터 시작해서 쌓여있던 거 뭐라고 막 했었음
그랬더니 아빠께서 들으시다가 그렇게 여기가 불만이면 나가서 살으래
그래서 어제 여성 전용 고시텔로 입주함
월세랑 계약금도 싸더라 10만원 계약금에 월세 51만원
방은 좁고 남들이랑 시설 같이 써야되는 단점이 있긴 한데 어차피 나는 미국에서 기숙학교 오래 살아서 그런 건 익숙하고 대학생때는 4년 내내 자취했어서 괜찮게 살 것 같아
엄마는 내가 짐 싸는 거 보시고 그렇게까지 힘들고 화나냐고, 그냥 계속 엄마 아빠랑 같이 살자고 하셨는데 뒤에서 아빠는 계속 그냥 가게 냅두라고, 유학 보내준 거 고맙게 생각은 못하고 불만만 많은 딸이랑 자기도 같이 살기 싫다고 계속 뭐라 하셔서 그냥 그대로 짐 마저 싸고 챙겨서 나옴 그리고 부모님은 또 서로한테 왜 그러냐고 싸우시고
사는 게 쉽지가 않다
여기서 살면서 돈 좀 모으면 좀 더 좋은 곳으로 갈 거고, 그냥 이렇게 된 거 완전히 독립했다고 생각해보려고
서운하고 서러운 것들이 너무 많고 생각도 너무 많아서 글이 길어졌어 그냥 이걸 털어놓을 사람도 없어서 답답해서 여기다가 써봤어

너무 힘들었겠다 나랑 또래인데.. 직업은 있어?
- 아는언니
글쓴이@아는언니1 웅 원래 본가에서 버스타고 30분 거리였는데 오히려 이쪽으로 나오니까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었엉ㅋㅋㅋㅋ
언니 고생 많았어ㅠ 진짜 서운하다..
- 아는언니
글쓴이@아는언니1 고마웡…
마음 굳게 먹고 절대 돌아가지마 유학 보내준건 감사한거고 이건 이거지 나같으면 아예 부모님 안 보고 살았어 너무들 하신다.
- 아는언니
글쓴이@빠른언니2 화해한다고 해도 다시 돌아갈 것 같지는 않아 그냥 오빠가 있는 집에서 살면 내가 감당해야 할 부분들이 생기고 그러면 옛날 생각까지 나서 마음이 안 좋아지니까… 그냥 진짜 이번 기회에 독립했다고 생각하고 사이 좋아져도 다시 들어가지는 않으려고. 따로 사는 게 답인 것 같아
고생했어 나도 27살인데 얼마나 혼자 외롭고 힘들었을까 싶네 부모한테 안 아픈 손가락은 없어도 덜 아픈 손가락이 있다는 게 참 속이 쓰리다
- 아는언니
글쓴이@아는언니1 고마워… 부모님 입장 생각해보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자식 입장에서 서운한 건 어쩔 수가 없더라
@아는언니2 자폐라는 게 항상 옆에서 케어해줘야 되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자식이 케어가 필요 없는 건 아니니까 당연히 서운하지